[편집자주] 국내 수입차 시장은 1987년 개방 이후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2000년대 초반 연간 2만대 규모였던 수입차 시장은 지난해 기준 연간 27만대 규모가 됐다. 20여년 사이에 시장 규모는 1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를 통해 수입차 시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신차(승용차) 판매 중 수입차 비율은 약 18.7%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판매된 승용차 5대 중 1대가 수입 승용차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 수입차 업계 분위기는 지금까지와 확실히 다르다. 2022년 28만대를 넘었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올해는 고금리로 인한 수요 둔화로 역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올 상반기 대다수 수입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다.
전례 없는 시장 위축 속 수입차 브랜드는 생존과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뉴시스는 국내 주요 수입 브랜드의 대표부터 임원, 실무자까지 다양한 마케팅 인력을 만나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살펴보고, 고민과 목표를 청취했다.
[서울=뉴시스]이창훈 안경무 기자 = 박영준 아우디코리아 상무는 "아우디는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판다"고 했다.
단순히 바퀴 달린 차가 아니라 아우디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우디의 마케팅 철학이다.
2007년 입사 이래 17년간 아우디코리아 마케팅을 주도해 온 박영준 상무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아우디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시장별 맞춤 마케팅…현지화 전략 중요"
박 상무는 아우디 독일 본사의 일관된 브랜드 메시지를 유지하며, 각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 마케팅'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고객들은 변화에 유독 민감한 성향이 있다"며 "(아우디는) 독일 브랜드이지만 한국 고객의 이런 성향에 맞춰 한국 고유의 마케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아우디코리아는 음악, 디자인,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유의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우선 흥이 많은 한국인 특성에 맞게 음악을 베이스로 깐 마케팅이 많았다.
2008년부터 8년간 대형 문화 공연 프로젝트인 '아우디 라이브'를 진행했고, 2014~2019년에는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와 협업해 '아우디 라운지 by 블루노트' 무대도 가동했다.
2013년부터 4년간 '아우디 디자인 챌린지'는 디자인이 마케팅 열쇠였다. 아우디 브랜드 철학인 '기술을 통한 진보'를 창작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공모전으로 디자인을 매개로 고객들과 더 넓은 접점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우디 마케팅은 한국 영화에도 진심이었다.
2015년 진행한 문화 지원 프로젝트 'A-무비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신인 감독과 오랜 경력을 쌓은 중진 감독이 합심해 10분짜리 단편 영화를 만들 수 있게 지원했다.
박 상무는 "아우디 고객이라면 대체적으로 이런 수준 높은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할 것이라고 판단해 수많은 예체능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라며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개인 차원에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하려 했다"고 했다.
아우디코리아가 올해 시티몰 콘셉트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김해 신세계백화점을 출발해, 스타필드 하남 시티몰, 스타필드 안성 시티몰에 이어 올해에는 스타필드 수원 시티몰에 콘셉트 스토어를 개장했다.
박 상무는 "수입차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는 왠지 모르게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편하게 쇼핑하다가 수입차를 자연스럽게 보고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수입차 고객들의 구매 패턴도 바뀌고 있어,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티몰 스토어가 딱이다.
◆"국내 첫 써머투어, 10만명 다녀갔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 열린 아우디 써머투어도 박 상무가 오랜 기간 고민해 온 '한국 맞춤' 마케팅이다.
아우디 써머투어는 아우디가 독일 명문 구단 FC 바이에른 뮌헨과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프리시즌 마케팅 투어 겸 해외 전지훈련이다. 올해로 9회째인 써머투어는 처음 한국에서 열렸다. FC 바이에른 뮌헨은 국가대표 김민재 선수가 뛰고 있어 써머투어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박 상무는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며 "당초 목표보다 3배 더 많은 10만명이 참관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첫 개최이고, FC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 중인 김민재 선수의 팬쉽 등으로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이번 써머투어에서 입체적인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단순 팬미팅 뿐 아니라 '아우디 써머투어 라운지'와 '아우디 팬 존' 등을 별도로 운영한 것이다. 이곳은 일종의 이벤트존처럼 다양한 고객들의 직접 참여를 유도했다. 굳이 '아우디'라고 외치지 않아도 스며들 듯 아우디 홍보가 이뤄졌다.
써머투어 행사장에 전시한 '아우디 RS e-트론 GT FC 바이에른 콘셉트', '아우디 Q8 e-트론 FC 바이에른 콘셉트' 같은 차량들은 거대한 셀카존으로 탈바꿈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이번 써머투어 플레이어 에스코트인 '에스코트 키즈'로 총 8명의 어린이를 선발했는데, 경쟁률만 24대 1에 달할 정도였다. 아우디 써머투어를 통해 아이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은 부모들의 참여 열기가 그만큼 뜨거웠던 셈이다.
◆"신차 특성 고려한 맞춤 마케팅 준비"
박 상무는 인터뷰 내내 수입차 시장 상황과 시기, 출시 신차 등을 고려한 맞춤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예전에 잘 된 것들을 계속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춘 마케팅이 더 중요하다"며 "현 시점에 걸맞는 활동과 콘텐츠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 성공한 마케팅을 계속 고집하지 않고, 지금 이곳의 트렌드를 읽는 마케팅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우디코리아의 마케팅이 유독 시기별로 유연하게 진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상무는 "조만간 한국에서 아우디 고급 전기차 Q6-e트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수입차 시장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아우디는 주어진 이 환경에서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 새롭게 출시되는 신차 라인업에 맞춰 또 한번 한국 맞춤 마케팅에 주력할 생각이다.
단순히 바퀴 달린 신차를 홍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우디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치, 어느 샌가 박 상무는 또 한번 아우디의 마케팅 철학을 되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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